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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1 18:29
홀덤을 처음 시작한 10여년전... 저는 포커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루즈 어그레시브 플레이어 였습니다.
애니 수딧 카드는 물론 석장으로 만들수 있는 갭카드(6,2) 에이스는 물론이고 그림카드 한장만 있어도 플레이를 하니 거의 모든핸드에 참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드에 스치기만 해도 폴드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일명 매사끼는 있어서 죽을땐 죽었지만 이길땐 다른 플레이어들의 입이 쩍 벌어질만큼 이겼죠.
100BB 바이인으로 1000BB 만든적은 셀수도 없을정도 2000BB 이상도 수차례 이겨봤습니다.
하지만 포커가 직업이 되고 구력과 경험이 쌓이면서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집니다. 피해야 할것도 많아지고 많이 이기고 많이 지는 스윙이 큰 게임 스타일보다 리스크를 줄여 승률을 높이는 안전한 플레이로 가게 되더군요.
주변에서도 커리어가 늘어가며 타이트해지는 경우는 보았어도 더 어그레시브해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면에서 80이 넘도록 어그레션을 유지하는 도일 브론슨 할배는 실로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예전의 날카로움이 점점 사라지는것 같아 아쉬움이 느껴질때도 있지만 지켜야할 가정이 있고 하위 블라인드로의 강등은 더 고단한일임을 알기에 계곡의 날카로운 바위였다가 강 하류의 반질반질한 자갈이 된 지금에 만족합니다.
이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주변 사람도 하나둘씩 떠나고 가정도 평화롭기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저역시 그런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것 찾아먹고 충분히 쉬고 주말엔 골프도 치며 정서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가정도 화목하고 아이들도 건강히 예쁘게 잘 자랍니다.
그렇기에 큰 토너먼트에 출전에 우승한다던지 하이 리밋게임에서 큰 돈을 딴다던지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숨김없이 제가 전업 포커플레이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몸과 마음과 가정이 항상 건강하시고 스스로에게 당당해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첫 줄이 저랑 너무 비슷하여... 이봉원의 "반갑구만, 반갑습니다." 악수 춤이라도 추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