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3 04:01
포커와 관련된 제 보잘 것 없는 과거를
다시 한 번 (짤막하지만) 정확하게 복기해보려 합니다.
지금이 포커와 인생에 있어서 제 인생의 가장 중대한 시점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인간은 자신을 객관화하기가 어려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를 철저히 제3자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만 포커와 인생에 대해 올바른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적은 뱅크롤로 전업을 선언하고 나름 치열하게 마카오로 덤벼들었으나,
(숙식비 포함한) 뱅크롤의 30퍼센트만을 남기고 불과 3주만에 한국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여정의 디테일을 다 쓸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캐시든, 토너든) 윗방찍기의 멘탈,
도박꾼의 멘탈을 근절할 수가 없어서, 한마디로 뱅크롤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버려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포커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프로의 관점에선 응당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해야겠지만,
그것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도 꽤 있지요.
여러가지 합리적이지 못한 심리적인 이유탓에 포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저도 그 부류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크리스머니메이커가 아마추어로서 우승하고 모든 것을 바꿔 놓았을 무렵,
홀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블랙잭을 정복한답시고 쓸데 없는 노력들을 하던 저는,
이 홀덤이야말로 나를 위한 게임이라는 환상에 곧 빠졌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누구든
저와 비슷한 경로를 겪으셨을 겁니다. 해링턴 온 홀덤과 슈퍼시스템 같은 책들을 찾아 읽고,
좀더 어려운 스클랜스키의 책들도 읽어보고, 오락거리에 불과한 이런 저런 동영상들도 보고...ㅋ
공부하고 훈련하면 충분히 정복할 수 있는 세계라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포커룸에서 온라인포커를 시작했지요.
포커스트래티지같은 곳에서 50불 여러번 받으면서요..ㅋ
당시 막 붐을 일으킨 온라인포커에 대한 어떤 페티시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포커룸/포커책/포커동영상이 연계된 산업이 꽤나 매력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시점이었으니까요.
(블랙프라이데이 전까지 온라인포커를 많이 하긴 했는데,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요.
지금 그때보다는 뭔가를 좀 아는 입장에서 저를 분류해보면 전 늘 루즈어그레시브-피쉬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항상 액션을 즐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피쉬였던 셈이지요...ㅋ)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영역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재능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재능은 바로 다름아닌 체계적으로 반복된 엄청난 양의 훈련인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책에서 얻은 이런 저런 이론들이
스킬의 측면이든, 멘탈관리 뱅크롤 관리에 관한 것이든, 테이블 선택에 관한 것이든,
저의 경우엔 실제의 게임서 제대로 적용된 적이 없었습니다.
부처가 혼자 깨달음을 얻은 것 마냥,
독고다이로 계속 하다보면 어떤 포커의 깨달음이 올줄 알았으나,
그런 건 애초부터 없는 것이었다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쓰려던 글과는 좀 다른 글이 되어버렸는데,
홀덤을 안지는 거의 10년이 되어가는데,
포커는 제게 직업도 아니고 취미의 대상도 아닌,
말그대로 이전에 공부했던 철학이나 불교같은 것처럼,
아무리 다가가도 그 속에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무엇 같습니다.
그러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실천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이 말이지요.
포커에 대해 지금까지 유지해온 그 모든 고질적인 관계들을 완전히 바꿔보자는 생각이지요.
그 전제는 일단 포커를 그만둘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어떤 고집일 수도 있고, 광기일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저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어딘가에 숨기를 좋아하는데,
포커가 그러한 포근하게 숨어버리는 어떤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포커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포커가 제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곰곰히 명상한 후에,
다시 글을 이어가봅니다.
총총...
2016.09.23 04:01
2016.09.23 09:08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안 따르는 건데
본문에 제대로 적었네.
연습과 습관, 훈련과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자기 것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게 포인트.
2016.09.23 09:12
요즘 절실함이라는 단어가 포커판에서 유행이더라.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만 둘 수 없다면 정말 절실하게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면 멘탈 훈련엔 큰 도움 될 거라 생각한다.
이것또한 말로는 누구나 알고 실천이 어렵듯, 어떻게 절실함 간절함을 항상 유지하느냐가 중요하겠지..
2016.09.23 21:58
형님...추석인사 늦게 드리게 되었습니다.. 잘 보내셨지요?
전 여러가지로 생각이 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ㅋ
네...형이 어떤 포인트를 다시 잘 집어주신 것 같습니다..
'절실함'이란 그 단어...
저도 얼마전에 알게 되었는데,
웃긴 느낌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론 마음이 좀 짠해지기까지 하더라구요..
돌이켜보면 전 절실하지 않았습니다....이번 여정이 좀 절실하긴 했으나,
그것 또한 진정으로 절실하진 못해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A게임을 위한 절실함, 뱅크롤과 체력관리를 위한 절실함 등...
원칙을 꼭 지키겠다는 것이 가장 큰 절실함일텐데...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지요...
어이없게도 지난 수년간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절실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헌데 이번 여정을 통해서,
포커를 그만둘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이제 진정으로 포커와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포커의 목적(2)를 써서 제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볼까 합니다..
그리고 아직 한국오프에서 쳐본적은 없는데,
여기서 게임을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일단 깊이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포커스타즈와 오프를
동시에 진행하든, 어떻게든 해볼 것입니다...
한국오프를 못이기고 포커스타즈 스몰스테이크에서 성과를 못내면,
마카오나 미국으로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형님 그럼 계속 건승하십시오~
총총..
2016.09.24 00:50
자네가 원문에 쓴 내용이나 우리가 나눈 위 댓글 대화의 핵심이 무엇이었나?
그 중 중요한 하나가 습관이다.
어디서 어떤 악습이 붙는다면 그로 인해 나중에 해외에서 레귤러 생활이 어려워진다면?
이건 IF가 아니라 그냥 WIILL BE 라고 보면 된다.
한국 오프를 다니다보면 해외 레귤러들 기준으로 볼 땐 정말 수준 이하의 플레이를 아주 흔하게 접하게 된다.
방수가 좋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수준에 맞춰 게임하다보면 자연스레 자네의 플레이도 그들 수준에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커스타즈를 연습용으로 하더라도 플레이머니로는 절대 게임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가끔 심심풀이로 놀러 가보는 거야 괜찮겠지만 습관이 될 만큼 많이 가면 득보단 실이 훨씬 많을 것 같다.
국내에서만 게임할 거라면 모르지만 향후 해외 레귤러 생활이 목적이라면 한국 오프는 권하고 싶지 않다.
포커스타즈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마카오에서 10/25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
2016.09.24 02:56
형, 다시 중요한 요점을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시간째 본질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어요...이제 그 때 말씀드린대로,
술, 담배, 유흥같은 저의 악습을 이루었던 요소들을 근절하고
포커를 대하는 자세도 다 바꾸려고 합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글 올릴께요~
굿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