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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트가 오는 이유.

2016.12.12 01:44

stuey Views:20829

3개월만에 마카오를 찾았습니다.

뱅크롤 홍콩달러 만불을 들고서.

 

짧은 뱅크롤이긴 하지만, 50BB플레이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고 많이 딸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기에,

배드빗이나, 그로인한 틸트가 발생하여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하에 그리 하였습니다.

틸트로부터 이제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는 생각(착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첫날 갤럭시카지노에서 2,000불 바이인(40BB)하여,

2시간 정도 플레이하여 1,100불 따고 일어섰습니다.

갑자기 런이 좋지 않고, 불편하다는 느낌에 시티오브드림즈로 옮겨서

플레이할 생각으로 그리하였습니다.

 

하여 시티오브드림즈에서 2,500불 바이인(50BB)하여 플레이하였습니다.

4시간 정도 플레이하여 약체 플레이어들을 충분히 익스플로잇하면서

서서히 스택을 증가시켜 7,800불 가량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하던 차에 버튼에서 포켓 퀸을 받았습니다.

 

앞에 두명이 림프했고, 저는 300으로 레이즈를 했습니다.

스몰에서 콜을 했고, 첫번째 림퍼가 폴드, 두번째 림퍼는 콜을 했습니다.

두 플레이어 모두 전형적인 타이트 어그레시브 스타일이었습니다.

스몰은 저보다 낮은 포켓페어를 들고 있다 여겨졌고, 컷오프의 두번째 림퍼

역시 스몰 포켓 페어나 괜찮은 수티드카드를 들고 있다 여겨졌습니다.

 

플랍은 4Q6에 하트 두장이 깔린 보드였습니다. 팟은 1,000불.

스몰이 400으로 동크벳을 하였습니다. 제 오른편 프리플랍 림퍼가 1,200으로 레이즈.

그 아이는 뒷에 3,300불 정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5초 정도 생각하다가 당연한 플레이인 올인을 선언했습니다.

스몰은 재빨리 죽었고, 오른쪽 아이가 3초 정도 생각하더니 콜을 했습니다.

턴은 킹다이아몬드였고, 전 하트만 떨어지지 말라 간절히 기도했는데, 리버는 8하트.

오른쪽 아이가 자신있게 A10하트를 내던지듯 테이블에 오픈.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만, 이제 일어설 채비를 하고 있던 와중에

포켓 퀸을 받고 탑 셋을 받아서 승부를 안 볼 수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만불 팟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후 칩이 확줄고, 전 바로 일어설까 하다가,

난 이제 틸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으니,

더 플레이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에 계속 플레이했습니다.

 

처음엔 런이 좋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의식적으로 틸트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팟을 잃고 3천불 가량 남은 칩이 어느샌가 2,300으로 줄어있었고,

어느 핸드에선가, 림프인해서 들어간 레이즈 없는 A하이 보드에서 플러쉬드로우를 갖게 된 저는,

어떤 플레이어가 600을 벳한 것에 체크레이즈 올인을 선언하여 2,300불 남은 칩 모두를 밀어넣었지요.

사실 79클럽이었습니다. 다수의 플레이어가 참전한 팟에서, 강하게 선벳을 해온 잘 죽지 않는 보통 이하의

플레이어의 벳을 죽이려고 그렇게 플레이했는데, 평소 같았으면 저 핸드로 그냥 림프인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스택상 당연히 죽었을텐데, 당시의 저는 완전히 무의식적인 틸트에 사로잡혀 플레이를 했던 것입니다.

 

그 친구는 한참을 고민하다 콜했고, 바라던 클로버는 뜨지 않았고, 그 친구는 A3을 오픈했습니다. 

에이스 탑페어 하나로 콜을 했는데, 뭐 그 친구를 바보라고 욕할 수 없는 것이, 제가 평소에 안 하던 플레이를

멘탈 피쉬라서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아까 탑셋에서 플러쉬드로우에게 큰 팟을 내준것을

보복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거의 저항할 수 없는 짜증을 느끼며 칩을 다 던져버렸습니다.

멘탈 피쉬였던 것이지요.

 

그 다음날 경기에선 포켓 킹을 3번 받았는데, 두번은 에이스 하이 보드가 나오고,

한번은 10하이 플랍에서 올인하여 턴과 리버에서 역전당하며 모두 패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날의 일을 상기시키듯 상대의 핸드는 A10...턴에서 A가 뜨고, 리버에서 10이 떴지요.

사실 이렇게 올인되기 전에 포켓킹을 받았을 때의 어느 플랍보드 역시 10A10이었습니다. 포커신이

계속 어제의 포켓 퀸이 A10하트에게 넘어간 것을 제게 상기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는 다시 틸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만불로 시작했던 뱅크롤 만불(경비를 포함한 만불이었습니다)이

2,000불 남게 되는 상황까지 되었고, 윈카지노에서 마지막 승부를 본다는 마음으로

이 2,000불(40bb) 남은 걸 바이인하여 최후의 승부를 봤습니다.

 

천운이 따라줘서 9,600불을 만들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느슨해졌고,

오랜만에 사우나에서 쾌락을 즐겼습니다. 사실상 본전인 것인데,

승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7600불 정도 되는 금액으로 다시

2천불 40bb로 된장이 많은 리스보아에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마치 잘못된 쾌락추구에 대한 징벌을 바로 받는 것인양,

포켓 에이스로 올인이 되고 맙니다.

더할 나위없는 전형적인 중국 된장분에게

세컨드 페어 2outs 리버역전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윈에 가서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AK을 들고,

AQ에게 리버 역전패를 당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묘사하진 않겠지만, 저도 모르는 틸트가 되어 게임을 망쳤습니다.

포켓에이스, 포켓킹, 포켓퀸, 에이스킹 모두로 큰 팟들을 다 잃었다는 생각만 하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번 6일간의 포커 여정은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멘탈게임오브포커라는 유명한 책을 쓴 Jared Chandler가

쓴 "Eliminating Tilt"를 읽는데, 제 문제가 모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진작에 읽었어야 했던 글인데,

돌이켜 보면 읽고 갔더라도 똑같이 틸트가 되었을 겁니다.

 

왜냐면, Jared가 썼듯이 틸트를 없애려면 멘탈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멘탈 에너지는 배리언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배리언스를 견딜 수 있는 뱅크롤이 없으면, 당연히 머리로는 배리언스를 이해하고 있어도,

나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저런 된장의 저런 말도 안되는 플레이에 질 수는 없는 것인데,

하는 생각을 근절할 수가 없기에, 결국 돈이 없기에 여유를 가질 수가 없고, 틸트를 이기는

멘탈 에너지 자체를 확보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당연한 깨달음이긴 하지만,

이제껏 포커 치면서, 이런 단기간의 초집중적인 배드런과 배드빗은 처음 겪는데,

그럼에도 이것을 극복할 수는 있었습니다.

만일 제가 넉넉한 뱅크롤을 갖고 있었다면 말이죠.

결국 틸트를 극복하는 대전제는 아주 단순하지만 뱅크롤에 있는 것 같습니다.

뱅크롤이 충분해도 타고난 성향상 지는 것을 못 견디고, 된장들을 증오하게 되는

마음이 생긴다면 포커를 하면 안 되겠지요...저의 경우는 일단 뱅크롤이 없고,

거기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므로, 이번 여정에서 겪은 잦은 배드런과 배드빗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프로들이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포커는 90퍼센트 멘탈이다, 80퍼센트 멘탈이다라고 자주 언급하는데,

맞는 말입니다만, 그것은 분명 뱅크롤이 전제되어 있는 상황이겠습니다.

 

그리하여 늘 뱅크롤 없이 포커에 도전하여 실패한 저같은 사람은

뱅크롤을 80퍼센트로 규정하고 싶습니다.

 

뱅크롤이 전제되어야 멘탈과 기술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으니까 말이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 당연한 걸 실천 못해

또다시 패배한 한 얼간이의

자기반성이었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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